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책의 시간과 그리움의 시간, 남은 엄마의 돌봄, 그리고 남은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잡고
조금씩 할수있는것들을 최대한 천천히 해오는 시간.
24년 2월 18일 돌아가신 저녁10시부터
장례를 지나, 온기가 가득한 유골함을 가지고 집으로 온 그날,
그리고 다음날 진눈깨비오던 자연장의 시간을 지나
그저 병원에서 고쳐줄수있다고만 생각했던 오만한 자신감 속에
내가 아빠를 망가뜨려 돌아가시게 하지않았을까 하는 자책
수술실에 드가는 아빠에게 말한마디 못건낸 용기없던 나에게 자책.
울먹이면 아빠가 무서워할가봐 그랬지만. 계속 되는 자책의 시간.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어느쪽으로 생각해봐도 계속되는 자책의 시간.
정리를 조금씩 시간을 가지고 했지만
그동안 그냥 미뤄왔던것들을 아주 조금씩 해나가며
사후 6개월이라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서 진행하면 덜 아프지않을까 하는 얇팍한 생각.
주변에 인사도 친구들에게 했을뿐 최대한 다 미뤄놓고
정리도 최대한 천천히 하다보니 벌써 7월...
그동안 작게는 신문해지, 케이블tv, 집전화, 가스계약 명의 변경
애착이 덜하거나, 그저 생활명의변경일뿐이라고 생각한 작은것부터 시작한 정리는
앨범의 디지털스캔, 포토샵 정리는 너무 감정적으로 힘이 들어 아주 장기계획으로 놓고
울다 지쳐서 못할땐 그냥 세월만 보내고
덩어리가 큰것들 상속에 취득의 한발자국 내딪고
자동차의 명의변경, 번호판변경에서는 엄마의 감정을 건딜고,
아빠의 전화에서 내 감정을 한껏 건딜기 시작했다.
애초 3월에 계획했던, 6월까지는 작은것들
취득에 6월 한달, 7월부터는 자동차와 핸드폰 정리를 목표로 하고
마음이 덜 아플줄 알았는데
막상 차 번호판에서 엄마가, 핸드폰 해지에서 내가 울어버렸다.
차 번호에서는 아빠가 좋아하셨던 추억에 엄마가, 핸드폰에서는 내가 직접 개통한 우리집 첫 무선전화번호였는데
코딱지같은 내 월급 모은거 일부합쳐 차 구매하시자고해서 샀고 (실제로 안받으셨던것같긴한데 돈은 엄마가 다 관리해서;)
핸드폰도 대학때 내가 개통해서 일년쓰다가 아버지를 드린 첫 전화그대로였는데...
해지를 하니 SKT에서 9458일동안 감사했다고 문자를 보내서
사람감정을 흔들고마네.
98년 6월 18일 (26년전 1개월 17일) 찾아보니...
기억이 또렷한건, 경희대 문리대 앞 가판 011 전화판매대
벚꽃이 지고 실록으로 전환되었던 아직 봄냄새가 남았던 살랑거리던 날.
저렴해질대로 저렴해진 그 값이면 어쩌면 나도 무선전화기를 가질수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던
철딱서니없는 영락없는 스무살남짓의 떼쓰면 삐삐가 아닌 무선전화로 바뀔수있을까하는...
욕망의 강요.
그렇게 그 번호는 내가 되고, 다음해 번호를 아빠를 드리고 온가족이 SKT 전화를 갖게되고
모든 집이 그러하듯이 신형은 자식이, 구형이 부모가 받는 그런 시절이었던것 같다.
성격들이 미련한 구석이 있어, SKT 가족합산이 101년 외길인생.
변화를 싫어하고 그안에서 최대한 쥐어짜 사는. 온가족할인 50%할인을 만나고 거기에 선택약정할인;
아버지가 가시고 남은 합산 76년...
새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너무 함께 오래하여 더 그리운걸까.
해드린거 없이 좋은말로 소박하고 나쁜말로 가난한 그런마음이 죄스러
생각이 스칠때마다 눈물이 멈추질않아.
정말 병원에 상담이라도 받아야하나 생각이 들 지경이지만 힘들어하면 또 엄마는 오죽할까 싶어.
다듬고 또 다듬고 그러는데 오늘은 정말 힘드네.
오전부터 카카오톡 해지신청하고서 아차싶어
아버지 다음계정 메일정리중에 제자분께 읽지못한 글 발견해서 답장해드리고나서
남은 스팸정리하다가 하필이면 그시간에
추모카톡전환이 되어 접속중에 강제 로그아웃당하여 오전을 울면서 보냈는데...
오후엔 전화해지하다보니 이렇게 하루종일 울고마네.
아 오늘 힘드네.
남겨진 몫이긴 하나, 작은것조차 지금까지 하나하나 쉬운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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