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10월17일 아버지..  ibach ( HOMEPAGE ) 05-02 20:32 | HIT : 138
 

 우연히 후배 조언해주려다가..
옛날에 썼던.. 내 글을 읽어보려갔다가.. 가져왔네요..

그때가 지금보다 더 열정적이고..
진지했던것 같네요..

 

2001-10-17 오전 3:42:22

 

오늘은 새벽 3시 10분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직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실장님은 무엇인가.. 자꾸 보여주려고 하는듯 합니다..
가구현장에서 목공현장팀(일명 하도급/잡부/십장)과 미팅을 했습니다.

밤 10시에..

압구정 모 생과일쥬스집의 남의 인테리어를 부분개보수와 하자보수를 하였습니다.
이 곳 일이 무슨 공정이 있어 그런것은 아니었는데..

실장님이랑 저랑 둘이서.. 직소 기리피스고정 청소 왁스질 등등..
애초 30분 계산하고 들어간 작업이 3시간을 넘어 새벽 2시에.. 끝났습니다..


새벽 2시에 서울무비(누들누드 애니메이션 회사)에 가서..
역시 하자보수(실리콘 난사하기)를 하였습니다..

마치.. 실장님은 미장공과 잡부를 섞어놓은듯 했으며..
저는 시다(혹은 시다바리)를 하였습니다.

 

...

 

어릴적 10살난 나의 눈에는
미련하게도 밤에 백열등을 이리저리 마당곳곳에 붙여..

어머니와 집 공사를 하시는 아버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한달에 한번.. 혹은 연휴에 계속되는 집 공사에 파이프공사.. 아랫방 보일러공사..

다음날 아침에 일을 하면 좋을것인데도..


아버지는 묵묵히 공사와 싸우고 계셨습니다..

어린 저는 선생님이신 아버지가 왜 저리도.. 일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온갖 집기가 내놓인 집은.. 저에게 심난함이 무엇인지 이르게 알게해주었습니다..

연휴에도 고향에 내려가시지 않고.. 묵묵히 일과 씨름하시던 아버지..
쓸쓸하셨던 아버진 아마도 무엇인가 집중하기 위해 그러셨을 겁니다..

 

...

 

미련하리만치..
실장과 내 머리에 소복히 쌓인 대리석가루.. 새벽의 압구정동에서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저녁에 잠깐.. 길 헤메다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었는데..
아버지가 몸살로 병원에 가셨다고 하더군요..

병원에 생전 안가시는 분이었는데..

 

...

 

처음 pole design 에 갔을때.. 여러 공구와 재료로 난장판인 사무실..
실장님이 그러시더군요.. 지저분하고.. 어질러졌는데.. 청소해야지.. 신경쓰지 마..

전 다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저런 질좋은 공구가 집에 있었다면.. 아버지가 고생하지 않으셨을텐데..

(물론 집에 가정집에는 있어선 안되는 공구가 매우 많습니다.. 싸구려에.. 재래식에.. 녹에..)
하지만 그런 생각해봅니다..
아버지의 손길이 담긴.. 늙어버린 공구지만.. 훨씬 아름답다고..

 

...

 

저녁에 현장에서 회사로 돌아올때 잠시 느꼈던 답답함은..
이내 사라지더니.. 새로운 답답함이 자리 하는군요..


2005 오늘..
-.-; 집에 오니.. 아버님.. 아들이 공사한 집에서도..
여전히.. 불밝히고.. 공사중이십니다.. 아악.. 심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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